2008년 추석
토요일 추석을 맞이해서 고향인 강원도 동해에 가기 위해 여동생과 10시 30분 동해행 고속버스를 탔다.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버스안은 의외로 텅비어있었다. 다만 우리가 탄 버스만 비어있었던 것이지 터미널에는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있던지.. 사람들을 피해 버스를 타러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동생이 조금 늦게 도착하는 것 같아서.. 버스시간에 늦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마음이 좀 불안했는데.. 다행히 늦지 않고.. 다음부터는 좀 서둘러주면 좋을텐데.. ^^; 버스에 반쯤 승객을 채우고 동해로 제시간이 출발을 했답니다. 다른 지역은 도로사정으로 버스가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한다고 방송도 하던데.. 다행이라 생각했답니다. 이제 얼마나 정체가 될지.. 그것만이 문제였는데.. 그래도 양호하게 동해에 도착을 했답니다.
평소보다 30여분 정도 시간이 더 걸린 것 같았습니다. 명절에 이정도면 아주 양호한 것이었죠.. ㅎ 다만 고속도로 휴게소가 너무 붐빌 것이란 예상에 국도의 작은 휴게소를 들린 것은 못내 아쉬웠습니다. 횡성휴게소(강릉방향)에 들러서 호두과자를 사먹었어야 하는데.. 그건 좀 아쉽네요. 다행히 오늘 서울에 올 때는 횡성휴게소(인천방향)에 들러서 호두과자를 사먹었답니다. 다만… 그 호두과자를 먹고 저는 체한 것 같아서 약간 식은땀이 흘렀다는 정도?? ㅋㅋ 역시 고향에 가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차로 마중을 나와주셨고.. 집에 도착해서 간단히 밥을 먹고 동생은 어머니와 튀김을 하시고 저두 뭐 옆에서 조금 거들어 드리고.. 그러다 밖에 나가서 소에게 먹일 풀을 작두로 썰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 오랜만에 작두질하니 힘들더군요.. ㅎㅎ
남동생 내외도 도착을 하고 이모와 외삼촌도 함께 모여서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야 뭐 사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제일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시간입니다. 보나마나 결혼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직장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결혼도.. 돈도.. 뭐 하나 확실한 게 없는 나이기에 그런 대화는 피하고 싶지만.. 부모님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나이가 30이 넘어도 아직 아이처럼 보이시는 걸까요? 약간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 딱히 뭐 할말이 없으니 뭐 그냥 그러려니 해야죠.. 나도 결혼하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지만.. 그럴려면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직은 이렇게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서 선뜻 달라지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라지긴 할까요? ㅋ
추석 날에는 차례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여유롭습니다. 그전까지 아버지께서 차례를 지내셨는데.. 얼마전부터 큰집에서 제사를 모두 가져가버려서 명절 때 분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큰 집에 가야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그러지도 못하고.. 그냥 가족들끼지 아침을 먹고 근처 조상님들 산소에 가서 조촐하게 절을 하고 오긴 합니다. 산에는 모기가 많고 또 얼마나 독한지 산소에 갈 때마다 모기에 물려서 가려움을 참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지만.. 명절때만이라도 찾아뵈어야 겠다는 생각을 올해도 했습니다. 절하면서 잘 되게 해달라고 빌기도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잘 되겠죠? ㅎㅎ 추석 날 오후에 동생네는 원주로 돌아갔고.. 남은 우리들은 티비나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뭐 딱히 할 일도 없고.. 바다에 가보고 싶었지만.. 너무 더워서 나가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치면 잠도 자고.. 그러다 보니 추석날도 저물어 가더군요. ㅎ
15일 어제는 아침을 먹고 아버지와 함께 집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뭐 저야 그냥 받침대 옮기고.. 잔심부름 정도만 했지만.. 더운 날 일하려니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깨끗하게 변한 집을 보니까 왠지 뿌듯하기도 하고.. 혼자서는 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가슴 한켠이 뜨거워졌습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덥다고 불평했는데.. 나이만 먹었지..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얘인가 봅니다. ^^; 간밤에 좀 춥게 잤더니 감기 기운이 있어서 힘들었는데.. 결국에 낮에 땀 흘리면서 잤더니 괜찮아 지는 것 같았습니다. 추석이라고 집에 가서는 어디 나가지도 않고 계속 집에만 있으면서 바다도 못 보고.. 뭐하는 짓이었을까요? 남들은 보고 싶어하는 동해바다인데.. 이상하게 고향집에 가면 그냥 집에만 있고 싶어지니 큰 일입니다. ^^;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12시 30분 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서울에 돌아오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오늘까지 쉬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오는 중간에 차가 조금 막히긴 했지만.. 그것도 계속 자느라.. 휴게소에서 잠시 정신을 차린 것을 빼면 거의 비몽사몽 버스를 타고 온 것 같습니다. 버스 안에 사람들이 많으니 버스안이 어찌나 덥던지.. 에어코늘 켜주긴 했지만.. 자칫 감기에 걸릴까봐 바람을 직접적으로 쐬지 않아 더 더운 것 같습니다. 무사히 서울에 도착을 하고 호두과자 때문에 체한 것은 소화제로 해결을 하고.. 씻고.. 저녁 먹으니 시간이 많이 지나갔네요.. 그것도 여행이라고 몸이 많이 피곤합니다. 슬슬 잠이 몰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잠을 빨리 자야할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는 또 일을 시작해야하니까요.. 쉽진 않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