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고의 생일
하루종일 빈둥거리다 10시쯤 밖으로 나갔다.
새학기라 그런지 안암동의 참살이길은 엄청난 학생들로 거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네들을
피해서 길 구석으로 발길을 옮겼다. 금요일 저녁 10시 그때 길을 나선 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선희와 미진이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서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는데 괜히 내가 뻘쭘해지는 듯한 기분에
왜 내가 이래야 하는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길을 지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내가 한심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나는 저때 뭘 했나 싶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웃고 즐길 수 있는 시절은 그 때뿐이야.. 불쌍한 마음도 들었다. ㅎ
10시가 조금 넘어서 선희와 미진이가 도착을 했다. 케익이런 거 사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기어이 케익을
사들고 온 선희… 자기가 먹고 싶어서 사왔다고 했지만.. 난 정말 그런 거 익숙하지 않아서 괜히 쑥스러운 기분에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사온 것을 물리라고 할 수는 없고 체념하듯 버블에 들어갔지만.. 무슨 학생들이 그리도 많은지.. 전세라도 냈던걸까?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갔는데.. 칵테일바 녹턴이라고 하던가? 거기로 갔는데 거기도 마찬가지로 자리가 없단다. 휴~
세번째로 간 곳은 술을 찾는 사람들인가? 독특한 분위기의 좌식 술집에 들어갔다. 거긴 사람들이 많진 않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찾아온 내 생일은 불타올랐나? ㅋ 케익에 초를 꼽고 불을 켜고 선희와 미진이는 귀엽게 노래도 불러주고
소원도 어떻게 비는지 모르게 얼른 불을 껐다. 한번에 끄지도 못하고 두번에 걸쳐서.. 초가 많은 것도 아니었는데.. ㅎ
케익에 초를 꼽고 맞이한 생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다만 조금 쑥스럽긴 했지만 말이다. ^____^
그런데 뭐랄까? 그냥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선희와 미진이었는데.. 어제는 왠지 말하기도 쉽지 않았고.. 술집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였을까?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그런 말만 자꾸 했던 것 같다. 긴장했었나?
생애 최고의 생일이라서 머리가 멍~ 했었나 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1시.. 두시간만 떠들고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3시간이나.. 떠들고 놀았다. 영화이야기나.. 일본드라마이야기나.. 나도 내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휴~
남은 케익을 들고 선희, 미진이와 헤어지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미진이에게서 받은 선물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푸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