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은 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았음 좋겠어
어제, 오늘 날씨는 비도 비였지만 그것보다는 바람이 더 문제였던 것 같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우산을 챙겨갔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비가 내리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일단 우산을 들고 가는 것도 문제고, 거기다 바람까지 불면 우산 신경쓰느라 전후좌우를 제대로 살필 수가 없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그리고 젖은 우산을 지하철에 탈 때는 정리해야 하는데 이 때 손에 묻는 빗물이 싫다. 근데 오늘 퇴근 길은 바람과는 다르게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었다.
[youtube=https://www.youtube.com/watch?v=R1DiozFguJg]
근데 뜬금없이 왜 우산이야기를 꺼냈을까? 이제 슬슬 원래 생각했던 것과 우산을 끼워맞춰볼까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솔루션의 개발이다. 그러다 보니 기획단계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대해 예외처리 코드 등을 넣어야만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이 정도까지 필요할까?’ 또는 ‘이렇게 쓰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것이다. 내가 오랜 개발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꼭 이렇게 쓰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쓰는 것은 예상을 했기 때문에 대비가 가능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꼭 있다. 그럴 때는 정말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것 자꾸 경험하게 되니까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려고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어떤 때는 그게 귀찮아질 때가 있다.
그 때는 드는 생각이 딱 그거다. ‘우산은 있으니까 비까지는 내가 허용해줄 수 있다. 근데 제발 바람은 불지 말아라’ 이렇게 생각하면 꼭 비는 바람과 함께 온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기획 단계에 접어들면 많은 경우의 수와 대립하는 귀찮음을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가 나의 가장 큰 과제가 된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게 프로그램인데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건 사람인지라 언제나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니까 변화에 맞춰 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변화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항상 우산을 준비하고 있어야만 한다. 오늘같이 비와 바람이 덮치는 날은 최대한 튼튼한 우산이 필요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