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목표… 승리가 아니라 성공이다
협상의 목표… 승리가 아니라 성공이다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7.12.17)
작년에 필자 일행 여섯 명이 에든버러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에서 겪은 일이다. 우리 일행 중 대표 격인 한 명과 식당 주인 간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문제는 우리가 예약한 테이블에 먼저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식사가 끝나지 않아 앉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우리 측 일행 대표는 예약한 테이블에 바로 앉아야겠다고 고집하며, 자리를 마련해두지 않았다고 주인에게 크게 화를 냈다.
우리 측 대표가 “내가 이놈의 식당 다시는 오나 봐라!”라고 말하며 식당을 박차고 나가서, 모두 밖으로 따라 나가려던 참이었다.
필자는 역시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주인 앞으로 다가갔다. 주인은 “식당을 이런 식으로 운영해서 되겠느냐”는 식의 비난이 또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얼마나 기다리면 되겠느냐고 차분하게 묻자, 15분 정도 기다리면 자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자리가 날 때까지 앞쪽 바에서 간단히 와인 한 잔 하며 기다릴 수 있을까요?”
필자가 이렇게 말하자 식당 주인은 “그럼요. 원하시는 것 아무거나 주문하세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라고 흔쾌히 대답하였다.
우리는 와인 한 병을 시켜 마시며 기분 좋게 기다렸다. 그 날 저녁, 우리 일행은 그곳에서 내내 친절한 서비스를 받았다.
개빈 케네디의 ‘협상이 즐겁다’ 중에서 (W미디어, 169p)
협상의 목표는 무엇일까. ‘승리’가 아니라 ‘성공’이 협상의 목표입니다. 이렇게 ‘승리’가 아닌 ‘성공’을 목표로 삼으면 나나 상대방 모두 만족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불만’이나 ‘불평’만으로는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힘듭니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에도 불평을 하는 대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지혜로운 방법이지요. 무조건 상대를 다그치고 불만을 토로해서는 좋은 결과, 바람직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예약을 하고 간 식당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필자의 일행. 험악한 모습으로 화를 내며 말다툼만 벌이고 식당 문을 박차고 나오는 것보다는, 그 식당이 제공하는 무료 와인 서비스를 받으며 10~20분 기다리는 것이 ‘성공’의 길입니다. 불평을 토로하며 싸워서 ‘승리’하려해보아도, 식당 문을 박차고 나온 뒤에 남는 것은 없으니까요.
필자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상황이 오면 ‘해결책’을 제시해 상대가 동의하도록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예컨대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가 차갑게 식어서 나왔다면, 화를 내며 먹지 말고 음식 값을 조금 깍아 달라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겁니다. 호텔에 투숙했는데 텔레비전이 잘 안나왔다면 호텔 레스토랑의 무료 식사권을 달라고 이야기해볼 수도 있겠지요.
협상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성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