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났다
알딸딸 하면서도 힘들다?
근 1년만에 친구를 만났다. 결혼식때 보고 본 거니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인식하지도
못했는데… 그동안 정신을 놓고 살았단 말인가? 1년동안 나는 뭘 하면서 지낸 것일까? 친구의 행복한 모습에 괜시리 부러운 마음만..
지하철을 한시간가량 타고서 낙성대에 도착을 했다. 저번에도 한번 와본 적이 있긴 했지만.. 역시 시간의 흐름이란.. 다른 곳에
온 것 같은 느낌에 한참을 두리번 거렸다. 다행히 친구를 잘 만나긴 했지만.. 밝게 웃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기쁘기도 했지만
내처지가 불쌍해서일까? 우울해지는 마음도 어쩔 수가 없었다. 결혼하고 참 밝아진 친구의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 ^______^
잊을 때가 된 것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면서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뭐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야기와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제대로 시작된 것도.. 준비된 것도 없는 내 삶의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참 초라해보였다. 가진 것도 없고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생각을 하면 가슴만 아플 뿐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점점 더 앞서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괴로운 일일테니까.. 내세울 자존심도 없는 나인데..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말하지 못하는 내 마음 속 이야기때문에 나는 슬프다.
남자들은 그런 것이 있는 모양이다. 좀 더 나아보이고 싶은 욕망 같은 것.. 아무 것도 아닌 그런 생각때문에 혼자 가슴에 담아두어야
하는 이야기가 참 많다. 남자들도 때로는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고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은 존재인데..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언제나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다. 남자도 때로는 누군가의 가슴에 안기고 싶다는 것을 아는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정작 중요한 말도 할 수 없는 내가 참 싫어질 때가 있다. 누군가를 좋아해도 그냥
지켜봐야 하는.. 지레 겁먹고 다가가지도 못하는 겁쟁이를 누가 좋아해줄까? 잘 되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못하는
한심한 모습의 내가 참 꼴보기 싫다. 말이라도 해봐야 결과도 알 수 있을텐데.. 이미 나는 혼자 모든 결말을 예상하고 마음을
조용히 정리하려 하고 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말은 아닐텐데..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닐텐데.. 왜 두려움에 떠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