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체와 함께 한 고향 나들이
고향에 자주 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고속버스를 타고 가긴 하는데.. 지난 주말에 김장을 하신다고 하셔서 핑계삼아 고향에 다녀오기로 마음을 정하고 금요일 오후 5시 30분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출발했습니다. 출발전에 배가 고플 것 같아서 라면을 하나 먹었는데.. 이게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그 때는 정말 몰랐답니다. 버스를 탄지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갑자기 몸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식은땀과 함께 현기증, 그리고 장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까지.. 고속버스안에서 이런 일을 경험하게 될 줄은 꿈에 몰랐답니다. 이미 출발한 버스 세울수는 없는 노릇…
평소에도 잘 체하는 편이라 체하면 금방 알 수 있는데.. 고통이 심할 때는 몰랐지만 어느 정도 고통이 덜해지니 “아~ 체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통이 너무 심할 때는 양손이 마비되는 증상까지 보여서 정말 머리 속으로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이미 버스는 고속도로에 진입을 해버렸고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무작정 내려봐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참고 견뎌보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 장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과 손의 마비증상에 식은땀, 현기증까지.. 더 이상은 버티는 것이 힘들 것 같아 시계를 보니 1시간이 지난 뒤로 문막이 가까워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막에는 동생이 살고 있으니까 거기서 내려서 동생에게 연락을 해서 한의원에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기사분께 말씀드리고 문막휴게소에서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내려서 바람을 쐬니 조금 덜 해지는 것도 같았습니다. 버스 안의 공기가 좋지 않고 새차냄새도 심해서 멀미기운이 있기도 하는데.. 스트레스도 있었고 라면까지 먹었으니 정말 제대로 체했던 모양입니다. ^^;
휴게소에서 내린지 20분 정도 지나서 동생이 도착을 했고 동생과 함께 한의원에 갔습니다. 다행히 야간진료를 하는 날이라 진료를 받았고 침을 맞으니 속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한번 가보겠다고 나섰다가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 동생한테까지 피해를 주고 부모님도 걱정하시게 만들고..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치료를 받고 동생네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토요일 동생과 함께 고향집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내렸는데 둔내주변에서는 눈이 엄청 내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본 첫 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내리는 눈에 스키나 보드 타러 가시는 분들이 참 많았는데.. 한편으론 그네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돈도 없는데 무슨 저런… ㅋㅋ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고향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아침을 먹는 사이 그렇게 많이 내리던 눈은 어느새 그쳤고 눈길에 미끄러져서 사고난 차량들도 고속도로에 있었고 대관령을 넘어가니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창하게 파란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날씨라는 것이 참 변덕스럽단 생각을 했습니다. 비오는 상태에서 김장하는 것은 쉽지 않을텐데..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 집에 도착하니 이미 김장은 시작이 되어 있었습니다. ㅎ
김장은 이모들이 와서 다 함께 합니다. 다 같이 해서 필요한 만큼 나눠가는데 우린 뭐 가서 무거운 짐이나 들어드리고 옆에서 김치속에 싸먹을 고기를 삼기 위해 불을 피우거나 아니면 고구마를 굽는 이런 정도의 일만 합니다. 따뜻하던 날씨가 갑자기 바람이 거칠게 불면서 추워지는 것 같아서 고생을 하기도 했답니다. 3시쯤 김장은 끝났고 정리까지 하고 난 후에 늦은 점심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따뜻한 방에서 쉬었습니다. 아침부터 도와드딜 생각으로 금요일 저녁에 출발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체하는 탓에 이번에도 조금 밖에 도와드리지 못했답니다. ^^;
일요일 아침밥을 먹고 이모와 함께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중간에 횡성에도 들렀고 차가 막혀서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체하지만 않았다면 즐거울 수 있었던 고향 나들이가 첫날에 엉망이 되어서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체했던 영향이 아지고 남아서인지.. 소화가 잘 안되고 그런 것 같습니다. 한 며칠은 조심해야할 것 같습니다. 설에 고향에 가야하는데 그 때는 또 어떨지 걱정이 앞섭니다. 버스에서 아프니까 정말 대책이 없다는 것을 새삼느꼈습니다. ^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