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다녀왔다
어제 마음 먹은 것과는 다르게 오늘 동해에 갑작스레 다녀오고 말았다. 출근하려고 버스 정류장까지 갔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그동안 말 잘 듣는 아들도 아니었고 오지 말란다고 안 갈 나도 아니고.. 버스를 타고 다녀오면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다시 발길을 돌려.. 물론 그전에 사장님께 전화로 말씀을 드리고 난 후 동서울 터미널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미리 예약해둔 표를 찾아서 버스에 올라타 잠깐 졸다보니 동행에 도착을 했다. 아마 차를 가지고 갔으면 조는 것도 못하고 피로만 잔뜩 쌓였을 것이다. 차를 가져갈까도 생각을 했지만 눈이 내린다고 해서.. 그리고 차를 가지고 가면 어머니는 또 걱정을 하실테니까.. 물론 동행에 가는 건 터미널에 도착을 해서 알려드렸는데.. 괜히 또 걱정을 하실까봐.. ㅎㅎ
9시 버스를 탔으니까 수술시간에 맞추지 못했다. 차를 가져갔더라도 그 시간에 맞추는 건 불가능했다. 병원에 도착을 해보니 어머니는 이미 수술을 마치고 입원실에 와 계셨다. 전신 마취를 하지 않으시고 부분 마취만 하시고 수술을 하셨다고 하던데.. 어깨 수술도 부분 마취만으로 수술이 가능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 전신 마취였다면 회복 중이신 어머니만 뵙고 왔을 텐데.. 다행히 입원실에서 몇마디 투정어른 말도 하고.. 아버지 점심이 아직이셔서 함께 나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병원에 돌아왔다. 어머니는 그 새 또 내 걱정.. 오늘만은 자신먼저 챙기셔도 되는데.. 가는 시간도 있으니 얼른 가라고 막 떠미셔서 짧은 면회를 마치고 다시 터미널에 가서 표를 애매하고 멍하니 앉아서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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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 앉아 있는데 눈은 게속 오락가락이고 바람은 순간 돌풍도 마구 불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이럴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작다는 것을 느끼면서 평소에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동해에 가기 위해 터미널에 가는 중간에도 이게 잘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만약 동해에 오늘 가지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를 할 뻔했다. 일을 조금 못하면 어떤가? 일은 나중에라도 충분히 보충을 할 수 있지만 오늘 같은 일은 어떻게 해도 나중에 다시 보충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한 2주정도 재활 겸 입원을 하실텐데.. 어머니도 걱정이지만 아버지도 걱정이다. 혼자서 식사를 하셔야 할테고 간호와 집안일도 하셔야 할테니까 말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오긴 했지만 점점 더 마음이 무거워 지는 것 같다. 뭔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휴~
아프지 않는 게 제일인 것 같다. 아버지와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돈이 없으면 아프지 못 하겠네요..’ 라는 말을 했는데 병원비도 그렇고 정말 돈이 없으면 아프지도 못하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동해에 도착을 해서 먼저 간 곳은 사실 병원이 아니고 은행에 가서 돈을 좀 찾았다. 그래도 자식인데 병원에 보태시라고 드리고 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터미널까지 태워주신 아버지께 봉투를 드리고 후다닥 차문을 닫고 왔는데.. 나중에 어머니가 아시고는 전화를 하셔서 ‘돈을 뭘 그렇게 많이 줬냐고..’ 더 드리고 싶었지만 그것 밖에 준비하지 못해서 ‘그냥요…’ 이러고 말았다. 갑자기 또 뭔가 속에서 올라온다. 아까울 수도 있는 돈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만큼이라도 드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돈이야 또 벌면 되니까.. 열심히 일하면 돈이야 벌 수 있으니까..